(think) ‘유니클로’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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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유니클로’ 어떻게 생각할까?

박정식 기자 0 2019.10.21

일본 기업에 다니는 한국인의 정체성은?

 

지난 며칠 동안 유니클로동영상이 핫한 뉴스였다. 논란의 핵심은 유니클로의 글로벌 광고의 한 장면에서 비롯됐다.

 

이 광고는 유니클로의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해 전세계 모든 이들의 삶을 위한 후리스라는 컨셉으로 제작된 글로벌 시리즈 광고 중 하나로 세대와 나이를 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후리스의 특성을 표현하고자 지금도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98세의 패션 콜렉터 IRIS APFEL13세의 패션 디자이너 KHERIS ROGERS이 모델로 등장한다.

 

 

문제는 이 영상에 등장한 내용의 자막 처리가 의도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호응하는 여론이 형성되며 유니클로불매 운동이 다시 한번 불이 붙게 된 것이다.

 

광고 영상에는 소녀가 할머니에게 제 나이 때 어떤 옷을 입었나?”라고 물으면 할머니가 그렇게 오래된 일 기억하냐고?”라고 하는 영어 대화다.

 

그런데 이 대화의 우리나라 자막에는 맙소사, 80년이나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처리해 논란을 자처한 것이다. 80년 전에 일제의 강제 노역과 강제 성노역 강요가 극에 달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하지 말아도 될 말을 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사실 보수적 민족주의자가 아니라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다. 80년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80년을 강조한 자막은 의도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이 자막을 만든 사람에게 그 의도를 묻고 싶은 심정이다.

 

유니클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사람 모두가 후리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광고를 즉각적으로 이해하도록 글로벌 광고와는 별도로 한국에서 추가적으로 두 사람의 나이 차이에 대해 자막 처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이 정도를 가지고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며 이성적 사고가 이렇게 힘든 것인가라는 의문도 생겨난다. 일베 논란도 마찬가지고, 최근 조국 장관을 둘러싼 양 극단의 평가들도 그렇다. 개인적인 생각과 반대편 개인의 생각을 이해하지 않는 여론을 앞세운 갈등 말이다.

 

요즘 TV 뉴스와 SNS는 온통 자신의 생각만으로 미쳐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태도와 그게 모여 집단적인 펜스를 두르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일본산 불매 운동은 이해하지만 대상 기업이나 브랜드에 종사하는 한국 사람까지 터부하는 행태를 보면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 이것도 큰 범주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만들었다면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의심하고 그에게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일베 사진들처럼. 그런 작은 오해가 민족적 반일 감정으로 번지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일본 기업에 다니는 한 지인의 말을 전하며 마친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리고 직장이 있는 그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며 걷는다. 내가 만든 옷을 입어보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일을 그만두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숙인다. 그들은 이미 죄인이 돼 버렸다. 한번 정도는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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