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환 에세이) 끝없는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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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환 에세이) 끝없는 모험

신발장수 0 2019.07.29

  

신발해서 우째 살라고 12- 중국, 동남아시아로

 

신발은 제조 공정이 복잡하다. 관련된 소재산업도 거의 중화학공업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대량생산기지로서 한국이 경쟁력이 있었지만 노동집약적 산업의 특성상 값싼 노동력을 좇아 점점 중국이나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대련의 P공장을 필두로 중국생산을 확대해갔다. 현지에 나가 있는 한국계 공장으로만 한정해서 생산위탁 계약을 했다. 품질 문제와 한국산 자재 수급의 이유였다. 심양의 K공장, 천진의 H공장, 칭다오의 D공장 등 거래 공장이 늘었다. 현지 공장들을 늘일 수 있었던 것은 한국 본사의 R&D 센터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30대의 열정 가득한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지 3~4년쯤이 지나자 부산에서 한두 손가락에 뽑힐 정도로 회사가 커졌다. 중국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오더도 더욱 많아지기도 했고 기존에 쟁쟁하던 신발 무역회사들이 바이어의 이탈로 자연스레 규모가 줄어들거나 어느 날 사라지거나 한 이유도 있었다. 생산기지가 이전되면서 홍콩이나 상해 등지에 현지 무역상들이 활개 치게 되고 한국계 회사는 설자리가 없어져갔다. 선제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덕에 그러한 우려는 남의 얘기처럼 되긴 했으나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것이었다.

 

숙달된 자체 R&D 센터는 다양한 기획과 신속한 납기를 가능하게 했고 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은 대량생산과 경쟁력 있는 가격의 메리트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품질이었다. SK에서부터 함께한 K, L씨와 국제상사 출신의 L, H, K씨 등 사실상 5명의 원년멤버에 더해 약 10명 가까운 전문가들로 현장관리를 전담케 했다.

 

각 공장별로 1, 2명씩이 현지 배치되어 모든 공정을 관리하였고 로테이션을 위해 한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사전 생산 준비를 맡아서 진행했다.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서 생산 전 준비과정을 맡고 그 후 본생산 때 중국공장으로 파견되어 공정관리를 하다 보니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회사로서는 OEM을 위탁한 전 과정에 직원들이 참여하도록 한 것은 엄청난 비용투입이었다. 거기다 유기적인 관리를 위해서, 그리고 복지후생 차원에서도 3~4개월 정도에 한국, 중국 근무 로테이션을 시켰으니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시스템은 투자라고 생각했다. 품질, 납기, 가격, 그리고 R&D까지 모든 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져가기 위해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과는 항상 긍정적이었다.

 

미키 사장은 기존에 복수 거래하던 M사와 계약을 끝내고 우리와 단독 거래하겠다며 모든 물량을 다 공급해주기를 원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같이한 직원들이 너무 고마울 뿐이다. 다들 30대였다. 신발산업의 막내 세대들이었고 막상 몸담았던 업계가 급전직하하는 모습을 목도하던 터라 우리회사에서 새로운 희망과 기대에 대한 열망과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 M사가 하던 일까지 떠맡게 되니 할 수 없이 서울사무소도 열게 됐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고, 중국 상해에서 청도, 심양 등지의 공장들도 부지런히 다니고 1년에 4번 이태리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SHOE SHOW’도 꼬박꼬박 다녀야 했다. 일본은 제집처럼 드나들어야 하는 건 당연했고, 어느 해인가 계산을 해보니 1년의 3분의 2가 출장 중이었다. 당시는 항공마일리지를 그리 챙기지 않았는데 대략 계산에도 그때까지 100만 마일은 훌쩍 넘었던 것 같다.

 

중국 생산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회사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던 즈음에 나는 또 다른 카드를 선택하였다.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로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모험을 선택한 것이었다.

 

 

1962년 부산에서 출생한 안영환 대표이사는 30년 넘게 신발업계에 몸담은 신발전문 경영인이다. 1988선경(SK네트웍스) 신발사업부에 입사, 평사원을 거쳐 2002년 국내 신발멀티숍의 새 지평을 열었던 에이비씨마트코리아를 창업했다. 20113월까지 에이비씨마트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내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 슈마커그룹(SMK T&I, JD스포츠코리아)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에 있다. (안영환 대표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ounghwan.ahn.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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