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에베’가 2025 봄여름 여성 런웨이 컬렉션을 공개했다
소음을 전부 걷어 내면 무슨 일이 생길까? 소리를 내지르지 않으면서도 하얗게 텅 빈 방을 가득 채우고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이번 컬렉션은 급진적인 축소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답을 제시한다. 모든 것을 벗겨내고 실루엣만 남긴다.
실루엣은 마치 꿈 속을 드나들듯 구부러지고 튀어 오르고, 굽이치며 흐르고, 길게 늘어지거나 댕강댕강 잘리고, 옆으로 빗겨가며 몸으로부터 멀어진다.
테일러링은 곡선의 흐름으로 정리되고 드레이핑은 맴을 돈다. 원을 그리는 드레스와 스커트의 엄하고 웅장한 모습에, 티셔츠와 슬림한 팬츠의 일상성이 갑작스레 함께한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인 것은 없다. 의구심이 끊임없이 고개를 든다.
선에 초점을 맞추니 정교한 공학적 구조에 시선이 간다. 골격을 세우고 철사를 사용해 형태를 확장하고 돌출시킨다.
정밀한 윤곽선으로 인해 표면이 두드러진다. 섬세한 실크를 장식하는 인상주의 꽃, 유명 화가의 작품이나 카모플라쥬 패턴과 함께 프린트한 깃털, 자개, 니트 전면을 채운 시퀸, 부드러운 나파 가죽이 눈길을 끈다.
보트 슈즈, 날렵한 옥스퍼드, 하이탑 발레 러너는 그래픽적이고 우아한 실루엣을 그린다. 마드리드 백은 가볍고 유연한 사다리꼴 형태의 가방으로 ‘로에베’의 본고장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름을 따왔다. SS25 시즌의 퍼즐 백은 깃털처럼 가볍고 말랑말랑한 가죽 소재로 선보인다.
공중에 떠있는 의식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여정의 대미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깃털 장식 화이트 티셔츠다. 마치 록 콘서트 기념품처럼 쇼 공간 외벽에도 바흐의 악보가 프린트되어 있다. 모든 소음을 걷어 내고 선율과 리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