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마르지엘라’가 마일리 사이러스와 함께한 가을겨울 아방 프리미에르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번 컬렉션은 파올로 로베르시가 촬영한 회화적인 화보 시리즈를 통해 소개되며 닳고 마모된 의류와 액세서리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을 주제로 한다. 메종 아틀리에에서 개발된 독창적인 기법은 옷을 아끼고 보존하며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지속성을 강조한다. 구겨지고 빛바랜 옷은 다림질과 수선을 거쳐 다시 생명을 얻으며 오래도록 간직될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캠페인 화보 속 마일리 사이러스는 이번 아방 프리미에르 컬렉션을 대표하는 룩을 착용해 눈길을 끈다. 해체주의적 테일러링과 ‘세컨드 스킨’ 바디수트, 새롭게 해석된 5AC 백, 클래식 타비 부츠 등을 착용하기도 하고 일부 화보에서는 의상을 배제한 화이트 바디 페인팅을 통해 메종의 상징적인 ‘비안케토’ 기법을 표현했는데 이는 원래 ‘메종 마르지엘라’ 스튜디오 가구에 사용되었던 기법으로 오브제와 신체를 하얀 캔버스로 전환시켜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며 형태와 재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치다.
마일리 사이러스는 이번 캠페인 촬영에 대해 “파올로 로베르시에게 누드는 상징적이고 시그니처와 같은 요소다. 나 역시 옷을 입지 않고 바디 페인트와 시그니처 타비 부츠만 착용한 채 카메라 앞에 선 순간 마르지엘라와 하나가 된 듯한 강렬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컬렉션 전반은 테일러링, 아우터웨어, 워크웨어에서 드레스와 스커트, 액세서리, 슈즈까지 폭넓게 이어진다. 네이비 리버서블 울 코트, 더블페이스 울 더플코트 등에는 ‘오래 입은 듯한 주름’을 영구적으로 새기는 프레스 기법이 적용돼 뒤집어 입으면 또 다른 무드로 변신한다. 테일러드 재킷과 셔츠에는 기름칠로 낡은 효과를 더하고 울 모헤어 수트와 실크 드레스는 햇볕에 바랜 듯한 색감으로 완성됐다.
드레스와 스커트 라인에서는 해체주의가 두드러진다. 안감과 겉감을 분리한 플리츠 울 스커트, 어깨 패드와 땀 패드를 장식으로 드러낸 새틴 드레스, 울 라메를 겉면으로 사용한 플란넬 코트 등은 소재의 역할을 변주하며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냈다. 셔츠와 스커트, 남성 팬츠와 상의를 결합한 파격적인 드레스 디자인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액세서리 중에서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아이코닉 백인 ‘5AC’ 백이 새롭게 재구성돼 등장한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이래 현대적 클래식으로 자리 잡으며 이 백은 안감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실루엣을 강조했으며 왁싱 처리된 표면으로 사용감이 묻어난다. 다양한 사이즈와 색상으로 출시되며 드레사주 라인 역시 고급 가죽과 미니멀한 실루엣으로 전개된다.
슈즈 라인업은 더욱 과감하다. 담배를 비벼 끈 듯 틀어진 형태를 모티프로 한 펌프스, 슬링백, 더비 슈즈는 낡은 밑창과 수작업 마감을 통해 빈티지 감성을 강화했다. 또한 메종의 시그니처 러닝 슈즈 ‘스프린터’는 다채로운 컬러와 빈티지 소재 콜라주로 업그레이드돼 브랜드의 장인 정신을 드러낸다.
이번 ‘메종 마르지엘라’의 아방 프리미에르 컬렉션은 ‘시간의 흔적’이라는 테마를 감각적이고 해체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장인 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