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모스키노’가 재사용, 재활용, 재구상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모스키노’ 특유의 유머를 담은 2026년 봄여름 컬렉션 쇼를 공개했다.
‘모스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드리안 아피올라자는 “재사용은 다시 쓰고 재정비하며 재평가하는 행위이며 재활용은 다시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과정, 재구상은 되살리고 새롭게 정의하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치들이 이번 컬렉션 쇼를 통해 ‘모스키노’ 하우스의 유산을 바탕으로한 새로운 창조를 선보였다.
이번 시즌은 적은 것으로 많은 것을 이루다는 의미의 ‘니엔테’라는 모토를 중심에 두고 전개된다. 이는 이탈리아의 예술 운동인 ‘아르테 포베라’ 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순함 속에서 의미를 찾고 자연과 산업,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태도를 담고 있다. ‘니엔테’라는 단어는 이번 컬렉션 속 티셔츠 위에 새겨져 있으며 이는 프랑코 모스키노가 1992년 봄-여름 쇼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 오리지널 피스를 복원한 것이다. 해당 아이템은 쇼 이후 ‘이베이 엔드리스 런웨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매에 출품되며 수익금은 카메라 모다 패션 트러스트에 기부된다.
이번 시즌 컬렉션은 기존의 피스들이 재조합되어 새로운 형태로 선보여진 점도 눈에 띈다. 구겨지고 이어 붙여진 원단들이 드레스와 액세서리의 소재로 사용되었고 삼베와 밧줄, 나무, 레이스, 매듭 등의 재료도 곳곳에 활용되었다. 드레스와 테일러링에는 꽃 자수로 순박함을 시적으로 표현했고 감자 자루가 우아한 이브닝 탑과 스커트로 재해석되었다.
소재와 구조의 실험 또한 이번 시즌의 핵심이다. 풍성한 스커트는 크리놀린으로 제작되었으며 니트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라피아로 짜여졌다. 가죽은 마치 ‘취급주의(Fragile)’ 문구가 적힌 골판지처럼 보이도록 처리되었고 꽃다발과 신문 뭉치는 위트 있는 핸드백으로 재탄생했다. ‘모스키노’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타이 미 백’ 또한 이번 시즌에는 고무 소재와 천으로 새롭게 표현되어 유쾌한 감성을 더했다.
‘모스키노’의 유산을 상징하는 스마일리 페이스, 트롱프뢰유 기법, 1990년대 초 신문 프린트 역시 이번 컬렉션에 다시 등장했다. 이는 브랜드 고유의 아이러니한 시선과 패션에 대한 애정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것으로 ‘모스키노’가 지닌 유머와 실험정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이번 2026 봄-여름 컬렉션은 일상의 사물 속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무(無)’ 속에 깃든 새로운 가치를 탐구하는 여정으로 마무리되었다.